1.

모든 것이 채 정리되지 않은 기사단들의 막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제 머리카락을 적시는 물방울들은 후드를 써 대충 막는다. 들려오는 빗소리가 좋아 가벼운 음을 흥얼대며, 그렇게 나즈막하게, 나무의 근처까지 다다르고는 가볍게 나무의 위로 올라 절벽의 풍경을 바라본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2.

데본 라벤타의 배반의 충격은 엄청났다. 그 여파로 두 삶이 이 곳을 떠났으며, 저도 적잖이 슬픔에 빠져버렸다.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 그저 의문만이 남아버린 자리에 나슈 릴리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 그것을 위하여 자신을 이루었던 모든 것을 버린다면, 그것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그것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한들, 과연 그것이 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하여. 그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삶을 아우르는 모든 것, 인간이라는 존재는 작은 존재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자라나며, 마침내 아르테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그 삶의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고, 사랑하며, 그렇게 인생이라는 하나의 긴 서사시를 끝마친다고, 언젠가 부모에게서 들은 것을 떠올렸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삶임과 동시에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그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에게는, 삶의 의미라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기에 그것을 서서히 나타나는 것, 아무것도 없는 큰 돌에서 하나의 보석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것이 보석이 아니었다고 한들. 상처입고, 깎아지며, 언젠가 자신을 이루었던 모든 것에서 이별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의미를 찾았다면은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의 그 언젠가라도, 좋은 날이 온다면. 그 속에서 온전히 살아온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원정을 나서기 전의 나슈 릴리페는 생각하고 있었다. 원정을 떠난 지금의 그는 수 많은 상실을 보았고, 절망을 느꼈으며, 자신을 내리눌러왔던 무력감을 마주한 뒤부터, 서서히 성장해 나아가는 아이처럼, 넘어져도 한 순간을 울고 다시 일어서는 아이와 같이,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면서. 나슈 릴리페는 성장하였다. 자신의 동료들을 믿었고, 의지하며, 상실을 애도하였거, 절망을 이겨나가는, 그러한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모두의 행복을 바라게 되었으며, 앞으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러한 사람으로 자랐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이 곳에서 스러진다하여도, 다른 누군가가 이 마음을 이어나가리라는 것을 믿었다. 자신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또 기억의 언저리에서 그들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어가고, 마침내 자신을 떠올렸을때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는 나무의 위에서 서서히 떠올라가는 태양을 마주했다. 어둠이 걷혔다. 그렇게 빛이 어둠을 거두어가듯이. 해가 지고 다시 밤이 오듯. 어둠이 그치고 언젠가 여명이 밝아오듯 , 그렇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믿듯이.

인간이 가지는 가능성을, 더 나은 날을 위해 나아가려고 하는 그 마음을 믿었다.

그는 이제 끝이 두렵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삶을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