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37)

[클로비스] Tug
[클로비스] Leash.

 

 

1.

클로비스의 시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안경을 쓴다. 쓰기 시작한 것은 17세 즈음부터라고 하며, 사관학교 재학 시절, 날이 서 있는 외견 때문에 친구였던 이가 제안해준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를 로빈으로 불렀던 가족을 제외한 첫 번째 사람이었다고 한다. 나름 사이는 좋았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졸업 직전, 그가 클로비스에게 전한 편지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편지의 내용 中

[무엇이든지 다 어울릴거야, 카페에서 일하던, 서점에서 일하던, 다만 난 작가가 너랑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로빈.]

 

2.

그는 클래식보다는 재즈를 더 좋아한다. 빌 에반스, 쳇 베이커... 유명한 재즈 아티스트의 음악을 여전히 즐겨듣는다. 청소년기에 피아노도 배웠던 터라, 적당한 악곡은 연주할 줄 안다고 한다. 좋아하는 악곡은 My Favorite Things. 사관학교에서 꽤나 유명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잘 치지는 않지만 자주 연습을 한다고 한다. 2년 전의 사고 이후, 재활을 목적으로 자주 연습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가 피아노를 취미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니온 내부에서도 잘 모르는 사실이다.

 

3.

지독하다. 지독하게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지 않으려한다. 그것이 애정이건, 다정함이건. 그는 그것을 주지 않는다. 가이드들이 치를 떨 정도의 성향. 소유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이용한다. 적당히 손에 쥐었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내친다. 이전의 그가 그것을 애써 감춰놓으려 했다면, 지금의 그는 애써 그것을 감춰두지 않는다. 어차피 숨겨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4.

유니온 내에선 악마로 불린다. Faceless, 아주 가끔씩 그의 뒤에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은, 그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와 같은 사관학교를 나왔던 루카스 중사가 그것을 중재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것을 성가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전의 갈등 이후로는 루카스 중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피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리워, 루카스?, 네 선배였던 내가 그리워?”

 

5.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호감을 사는 일이 많다고 한다. 길거리를 떠도는 고양이에서부터, 산책길에 마주친 개라던가, 사관학교 시절 문을 지키던 사나웠던 군견들이라거나. 표정을 보이지 않는 그를 난처하게 만들 정도라고 한다.

 

6.

성가대에 있었다. 유니온 복무 이전, 테너로 꽤나 오랜 기간 있었다.

 

7.

킥복싱이나 주짓수, 몸을 움직이는 격투기, 그가 꽤 오랜 기간 취미로 가졌던 것이다. 체급을 따진다면 라이트에서 미들급, 스파링을 한다면 그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막고 틈을 공격하는 것이 주특기라고 한다. 실력도 있는 편이며, 육탄전에서도 적당한 정도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사람들의 평.

 

8.

가지고 있는 능력은 공방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건물 일부를 부식시킨 뒤, 시간을 계산하여 적군을 유도하는 쪽. 다만 리바운드가 심한 탓에 능력 사용 시 가이드가 항시 대기중이라고 한다. 물론 리바운드의 여파로 인해 피아식별 및 감각 이상이 오게 된다면 진정제를 투여하는 일이 잦다보니, 그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가이드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9.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2년 전 사고 전후의 이야기라던가, 과거의 이야기라던가. 이미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0.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사관생도시절, 아주 친했던 사람.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소중함을 느낀 사람. 그는 그의 마음을 눈치채는 것이 늦었고, 그는 기다리지 못했다. 그렇게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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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내에서 허락한 외출, 그는 사복 차림으로 밖을 나섰다. 곧 있으면 캠프파이어였다. 빈 손으로 오지 않도록, 이런 말을 전달받은 상황에 그는 흰 군복을 벗고 검은 빛의 옷으로 착장을 바꾼 날이었다. 크리스마스까지 3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리지스탄시아가 벌인 소동은 신문이나 뉴스에서 간간히 언급되고만 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한 불안을 노린 것일까. 아니면 무엇일까. 붕 뜨는 분위기에서 그는 혼자 땅을 디디고 서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이 즈음의 시기에 마음이 들떴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겁게 내려앉는 공기만 뱉을 뿐이었다.

 

“......”

 

그가 늘 가던 카페에서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바빴다. 10월에는 할로윈, 11월부터 천천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다가 12월에는 화려한 장식이 눈부실 만큼 가게를 장식하고 있었다. 포인세티아 화분이 주변에 있었고, 몬스테라가 카운터를 장식하는 곳에서, 그는 제 곁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카페의 직원을 쓰다듬듯이 머리를 도닥여주었다. 이만 가 봐, 코덱스. 라고 말하곤. 그는 늘 마시던 것을 주문했다.

 

NOEL

 

12월은 나름 바빴다. 월 초부터 정신없는 일들이 일어났기에, 적어도 유니온에서 몸을 담았던 긴 기간동안, 그는 이례적으로 즐겁다고 생각할 만큼의 태도를 보였다. 크리스마스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앞으로 벌어지게 될 일들에 대하여, 리지스탄시아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것보다는 오랜만에 몸을 움직일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다시 눈을 뜬 이후부터 유니온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자가 되었지만은, 가끔씩은 휴식이 필요한 법이었다. 이 시간 즈음이 되면 서점에라도 들러 책을 샀겠지만은, 저를 싫어하다시피 하는 직원을 골리는 것도 오늘은 미뤄두고 싶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만... 조심해야겠지. 숨어있는 리지스탄시아도 찾아내라는 명분일지도 모르겠어.”

 

그는 제 앞에 놓인 수를 고민했다. 리지스탄시아의 선언,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유니온의 붕괴. 패는 많았다. 이제 제게 필요없는 것들을 걸러 낼 차례였다. 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들, 그것들을 골라내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클로비스씨. 음료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직원의 부름에 주문한 음료를 가져가는 그였다. 나름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직원의 두 번째 부름에서야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코덱스는 제 곁으로 와 꼬리를 흔들며 무언가를 바랐다. 그렇게 말해도 내겐 간식이 없어. 라고 그가 말한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코덱스는 그의 근처로 가 드러눕듯이 앉았다. 검은색과 갈색이 군데군데 섞인 개는 멀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간식을 원하는 건지, 관심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눈치였다가. 이내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개를 보고서야, 그는 제 몫의 잔을 들었다.

 

 

2.

센트럴 파크를 장식하는 트리는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야간이 되면 조명의 빛을 받아 받짝일 크리스털을 보자니, 저 트리에 쏟았을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실감했다. 매 년을 이렇게 축하하는 것을 보아도 감회는 없었다. 2년 전에 비해 감상에 젖지 않았다. 작년엔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을 보아도 아무런 감상에 젖지 않은 것을, 동료들은 아쉬워했지만은, 지금은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질린 것이겠지. 그 시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 여기는 것일 것이다. 그것조차 아무런 감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비되었다기보단, 마치 도려내버린 것처럼. 그런 느낌이었을까.

 

“......”

 

후, 하고 숨을 뱉어본다. 숨이 얼어붙어 희뿌연 증기가 보였다. 곧 크리스마스였고, 캐럴과 성가가 울려퍼질 것이다.

Hark how the bells,

Sweet silver bells,

All seem to say,

Throw cares away

가벼운 어투로 읊듯이 음을 불러본다. 예전에는 자주 흥얼거렸을 음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말하는 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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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 달, 폭주의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은 자가 깨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상부는 그를 살려두고자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오랜 기간이 걸린다면 그의 목숨을 꺼뜨릴 준비도 되어있었다.
 
그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의 사이에서 눈을 떴다.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는 것이 보여졌다. 그간 관리를 하지 않아 길어진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
 
석 달, 살아남은 자가 완전히 변모해버리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강력한 능력의 여파인지, 그는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가지게 되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부식시켜버린 대가인지, 그는 군데군데가 빠진, 그러나 핵심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은 남아있는 기계처럼 행동했다.
 
클로비스, 로빈, 로우. 많은 이름으로 불렸지만은, 이제은 하나의 이름밖에 남지 않았고, 새 이름이 붙었다. Faceless, 표정없는 이. 그는 이 이름에도 별 다른 불만을 품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살아남은 대가로 악마와 거래라도 하고 온 모양이지?'
그는 그런 소문들 사이에서도 유니온의 센티넬로서 소명을 다했다. 상부는 훌륭한 패를 얻었고, 동료들은 친절했던 동료를 잃었다. 감정마저 퇴색되어버린 듯, 그는 아무런 감정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긴 머리가 거슬려 짧게 잘라버린 그였다. 활동에도 불편했고, 그들이 이전의 모습을 겹쳐보는 것이 기꺼웠기 때문이었다. 백색의 제복과 백색으로 변한 그, 나름 괜찮은 조합이었다.
 
센티넬로서 살아오면서 받아 온 많은 가이딩의 과정 속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불안정함. 가이드들은 그의 능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깨달았다. 뇌관을 끊는 길이 너무나도 복잡한 폭탄을 보는 기분이야. 복잡하면서도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부러 거짓 정보를 보이는 이, 원하는 것을 절대로 손에 주지 않는, 그런 사람. 이전의 그가 여가를 보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면은, 지금의 그는 무료함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 산화되고 퇴색되어버린 기억들의 제 자신을 저 구석으로 밀어내버리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백색으로 표백되어버려 아무런 것도 볼 수도, 읽을 수 조차도 없게 되어버린 그런 물건처럼, 그는 유니온에 몸을 담았던 기간의 그 이상으로 유니온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가 되었다.
 
2.
그가 타로점에 흥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상대가 필요한, 서로간의 소통이 필요한 일을 텐데, 그는 그런 소문들에도 아량곳 않고 알아가는 것에 집중했다. 아주 가끔가다가 점을 쳐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가 내보이는 결과는 사람의 그늘을 들춰내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량곳 않았다. 검은 선으로 그려진 그림, 모두가 알고 있는 그런 그림이 아닌 것. 꼭 저를 닮은 것들로만 이루어졌다.
 
 
 
3.
그는 예전의 그가 남겨놓은 것들을 정리했다. 차마 버리지 못하겠다며 남겨놓은 물건들, 누군가 미련은 없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런 미련조차 느끼지 못했다. 마취되어 감각이 없어진, 그럴리가요. 그가 짧게 대답했다. 아무런 감정조차 없는, 무기질의 목소리. 온화함과 다정이 묻어났던 그 목소리가 날카롭게 버려낸 칼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웠다.
 
그는 여전히 상대가 무슨 표정을 지어보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4.
그는 2년의 시간동안, 이전의 자신에 대한 것에 대한 모든 감정을 버렸다. 이제는 없는 사람이다.라고, 그는 짧게 정의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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