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는 순찰 차 돌아다니다가 어느 오래 된 서점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군복을 입은 채로 여기를 들어가기에는 영 애매한 것 같았지만, 그는 신경을 쓰지 않고 문을 열었다. 찰그랑- 하며 문의 종이 울리자 가게의 주인은 인사를 하려다가도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에 잠시간 굳었다가. 이내 손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또 뵙습니다.”

“로우구만. 이번에 찾는 건 뭐냐. 아니면 러스티 만나러 왔어?”

“오랜만에 신곡이라도 읽어볼까 합니다만...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들어간 거. 있을까요.”

서점의 주인은 잠시간 고민하다가, 이내 서점의 구석에 있던 직원의 이름을 부른다. 네- 하며 느긋한 걸음을 걸어오며 직원은 그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군인, 또 왔어?”

“엘리노어씨, 그러면 제가 상처받습니다. 물론, 농담이지만은요.”

“진짜 이상해, 검은 머리때가 더 나았어. 러스티는 못 보여줘”

직원은 잠시간 툴툴대다가 서점 주인의 잔소리에 못 이기곤, 그가 찾는 책을 찾으러 서가로 돌아갔다. 잠시 구경이라도 해, 라고 말하며 직원은 저 너머의 서가를 가리키다가, 그와 닮은 인물이 있다는 식으로 한 희곡집을 그의 손 위로 올려주고는 다시금 제 일을 하러 걸음을 바삐 옮겼다.

“거 무슨 책이지? 예전에는 헨리 워튼 경이라고 말하다가 그것조차 아깝다고 그러던데 말이야.”

“이번에는 파우스트군요.”

“그 악마랑 닮았다고 하는 거구만.”

주인은 깔깔대며 웃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발치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고개를 내린다. 여러 색으로 덮인 고양이가 그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안녕, 러스티”

짧게 야옹, 하며 대답하는 고양이였다. 러스티는 가볍게 책들을 발판삼아 주인의 곁으로 가 드러누웠다. 그는 가만 바라보다가. 이내 엘리노어의 부름에 서가로 향한다.

“여기, 구스타브 도레 삽화본.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직원은 그의 손 위로 두꺼운 책들을 차례로 올려놓았다. 묵직한 무게가 손을 내리누르는 것을 보아, 고의성이 다분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아량곳 않고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엘리노어씨”

“망할 헨리 워튼, 그마저도 아까워.”

“전 도리안의 타락에 일조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영국에 살지도 않고, 탐미주의자도 아닙니다만?”

“...... 계산이나 해.”

그는 그의 말에 가볍게 미소짓고는 이내 계산대로 걸음을 옮겼다. 서점의 주인은 가만 책들을 보고는 적당히 가격을 계산하고, 그는 그에 맞는 가격을 주었다. 러스티는 주인의 무릎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엘리노어한테 주의라도 줘야겠어. 이거 미안해서 어째.”

“아닙니다. 신경쓰이지는 않아서요.”

 

가볍게 대화를 한 뒤에 그는 적당한 종이백에 담겨지는 책들을 가만히 들고 문을 나섰다. 다시금 찰그랑, 하는 종의 소리가 울렸다.

 

2.

그는 책이 담긴 종이백을 들고 돌아가던 차, 자주 마주치는 유니온의 사람들에게 경례를 하고 길을 걸었다. 제 뒤에서 무어라 이야기를 하지만은,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양, 제 갈 길을 걸었다. 돌아가는 길목에 보이는 것, 늘 마시던 차의 잎을 새로 산다거나 하는 것. 이전에 실수로 깨뜨려버린 커피 드리퍼를 산 채, 그는 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 그렇게 보시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만. 할 말 있으신가요.”

우연찮게 시선이 마주한 사람을 향해 입을 여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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