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석 달, 폭주의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은 자가 깨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상부는 그를 살려두고자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오랜 기간이 걸린다면 그의 목숨을 꺼뜨릴 준비도 되어있었다.
그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의 사이에서 눈을 떴다.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는 것이 보여졌다. 그간 관리를 하지 않아 길어진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
석 달, 살아남은 자가 완전히 변모해버리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강력한 능력의 여파인지, 그는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가지게 되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부식시켜버린 대가인지, 그는 군데군데가 빠진, 그러나 핵심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은 남아있는 기계처럼 행동했다.
클로비스, 로빈, 로우. 많은 이름으로 불렸지만은, 이제은 하나의 이름밖에 남지 않았고, 새 이름이 붙었다. Faceless, 표정없는 이. 그는 이 이름에도 별 다른 불만을 품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살아남은 대가로 악마와 거래라도 하고 온 모양이지?'
그는 그런 소문들 사이에서도 유니온의 센티넬로서 소명을 다했다. 상부는 훌륭한 패를 얻었고, 동료들은 친절했던 동료를 잃었다. 감정마저 퇴색되어버린 듯, 그는 아무런 감정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긴 머리가 거슬려 짧게 잘라버린 그였다. 활동에도 불편했고, 그들이 이전의 모습을 겹쳐보는 것이 기꺼웠기 때문이었다. 백색의 제복과 백색으로 변한 그, 나름 괜찮은 조합이었다.
센티넬로서 살아오면서 받아 온 많은 가이딩의 과정 속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불안정함. 가이드들은 그의 능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깨달았다. 뇌관을 끊는 길이 너무나도 복잡한 폭탄을 보는 기분이야. 복잡하면서도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부러 거짓 정보를 보이는 이, 원하는 것을 절대로 손에 주지 않는, 그런 사람. 이전의 그가 여가를 보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면은, 지금의 그는 무료함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 산화되고 퇴색되어버린 기억들의 제 자신을 저 구석으로 밀어내버리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백색으로 표백되어버려 아무런 것도 볼 수도, 읽을 수 조차도 없게 되어버린 그런 물건처럼, 그는 유니온에 몸을 담았던 기간의 그 이상으로 유니온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가 되었다.
2.
그가 타로점에 흥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상대가 필요한, 서로간의 소통이 필요한 일을 텐데, 그는 그런 소문들에도 아량곳 않고 알아가는 것에 집중했다. 아주 가끔가다가 점을 쳐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가 내보이는 결과는 사람의 그늘을 들춰내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량곳 않았다. 검은 선으로 그려진 그림, 모두가 알고 있는 그런 그림이 아닌 것. 꼭 저를 닮은 것들로만 이루어졌다.
3.
그는 예전의 그가 남겨놓은 것들을 정리했다. 차마 버리지 못하겠다며 남겨놓은 물건들, 누군가 미련은 없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런 미련조차 느끼지 못했다. 마취되어 감각이 없어진, 그럴리가요. 그가 짧게 대답했다. 아무런 감정조차 없는, 무기질의 목소리. 온화함과 다정이 묻어났던 그 목소리가 날카롭게 버려낸 칼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웠다.
그는 여전히 상대가 무슨 표정을 지어보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4.
그는 2년의 시간동안, 이전의 자신에 대한 것에 대한 모든 감정을 버렸다. 이제는 없는 사람이다.라고, 그는 짧게 정의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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