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3GkR2x3qZXA
1. 세상을 흰 빛으로 덮는 눈이 내렸다. 이런 날에는 굳이 외출을 하지 않았다. 허가를 받는 것이 까다롭기도 했거니와, 안에서 이 적막을 지켜보는 것이 천성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로빈, 안 추워?"
"그다지." 이제는 기억 언저리에 남은 너를 다시금 생각한다.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은 회상. 모든 것을 덮을 눈을 같이 바라보며 무어라고 대화를 나눴던 순간이 있었다. 이제야 아무렇지도 않게되었어. 셸던, 물론 추위는 사양이지만. 손에 들린 찻잔의 온기가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이 년 정도의 시간 동안 어느 정도 돌아온 감각의 조각들 중 하나였다. 소복이 쌓여만가는 눈들을 바라보자니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낯을 심하게 가렸던 어린 시절, 멍 하니 창문가에 앉아 러셀을 쓰다듬으며 눈을 바라보았다던가, 영국에서의 군 생활에서 맞은 눈이라거나. 숨을 내뱉으면 얼어붙던 공기의 찬 감각들. 잊지는 않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뿐, 여전히 남아 나를 이뤄내고 있었다. 후, 하고 숨을 길게 뱉으며 차를 마신다. 찬 공기에 적당히 온기가 사라졌어도, 혹시 모르는 것이니까. 2. 눈이 내리는 것을 유니온에서 바라보게 된 것도 수 년차였다. 흰 제복과 흰 눈은 좋은 조합이여서, 가끔가다가 외출허가를 받은 때면 가끔씩 나가서 바라보는 눈이라거나, 길거리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하는, 그런 일상을 보냈던 일 또한 있었다. 뭐, 지금은 나가는 것 보다는 감상을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알았다. 눈은 모든 소리를 제 양분으로 삼아 내렸다. 이 순간은 온전히 제 것을 위한 것이라는 양, 그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고 서서히 땅을 향해 내리는 존재였다. 차를 마신다. 적절한 온도였다.
3.
숙소의 문을 연다. 적막하지만은 눈이 머금고 뱉어내는 미약한 빛에 공간은 적당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분명 이 즈음에 있었지, 가만히 낡은 기타를 꺼내든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재활의 과정에서 의사가 권한 것은 악기를 다시 연주해보는 것이었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음을 기억하는 간단한 과정들로, 몸이 다시금 움직이는 법을 기억하도록. 튜너를 기타의 헤드에 끼우고, 줄을 튕기며 음을 정리한다. 그리고 모든 음들이 제 자리로 돌아갔을 때, 생도 시절에 취미삼아 배웠던 음계들이 기억에 남아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최근에 들었던 어떤 악곡을 연주한다.
She looks like a blue parrot Would you come fly to me? I want some good day, good day, good day
Good day, good day 가볍게 읊조리며 곡을 연주한다. 청중은 아무도 없지만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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