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리스마스가 거의 다 지나고, 박스들을 정리하는 기간또한 지났다. 어드벤트 캘린더의 남은 잔해들을 정리하고, 12월 31일의 볼 드롭을 준비하는 기간이 다가왔다. 물론, 그것조차도 유니온으로 살아가면서 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는 정도가 되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지."

창문가에서 바라본 눈은 꽤나 볼만했다, 적당히 모든 것들을 덮는 그런 날, 센트럴 파크의 트리는 눈을 맞아 하얀 빛을 띄어 더욱 빛을 발했다. 아름다웠을까. 일단은 아름답다고 생각해두기로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날이니까. 적어도 그런 말은 해야했을 것 같았다.

 

2.

"올해도 어려울 것 같아요, 일이 바빠서..."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같이 보내야 좋지 않을까, 로빈."

"...... 죄송해요. 애써 비워놨는데 비상근무를 서야해서"

"미안하긴, 이렇게 전화 준 것도 정말 고맙단다. 올해도 동료들이랑 잘 보내고, 우리가 늘 사랑하는 거 알지?"

"당연하죠, 저도 사랑해요. "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유니온으로 들어가기 직전에도 늘 어렵게 맞이했던 크리스마스였던가. 영국에서도, 지금도, 여전히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기엔 힘들어진 삶이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이해해주었고, 석 달간 내가 죽음과의 저울질을 하던 기간에는 그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그 후로 2년. 그 긴 기간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죄송했기에, 그 뿐이었다. 리바운드의 여파로 모든 감각이 돌아오는 것에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 다시금 시작했던 재활, 처음부터 모든 것들을 다시 배워나가는 기간. 그 기간동안은 연락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들은 그럼에도 살아돌아온 것에 감사하다고 할 것을 알았기에, 그 뒤에 내가 겪어야할 모든 것을 함께 지고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더욱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들이 내 그늘을 알지 않길 바랐다.

 

"......"

 

후, 하고 피우던 담배의 연기를 뱉는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연기들 사이로 희뿌연 눈들이 내린다. 어느 정도 돌아온 감각들과, 어느 정도 알아차린 것, 엣 사랑의 편지를 모두 태워버리고 나서야 무언가가 후련해졌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렵게 얻어낸 허가를 이 곳에서 쓰기엔 아까웠다. 손에 들린 담배를 모두 태우고 남은 불씨를 꺼뜨리곤 . 손에 들린 기기에 번호를 누른다.

 

뚜- 하는 신호음, 달칵 하는 수화기가 들리는 소리.

 

"여보세요?"

시간이 갔음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예요. 늦었지만..."

어렵게 입을 떼어낸다.

" 일이 바빴어요, 통화를 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네, 네 .. 죄송해요. 그동안 연락도 안 하고... 그래도... 늦었지만 말씀은 드리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그리고,뒤늦은 인사를 건낸다.

"너무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I think it's to late... but, Merry Cristmas, Happy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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