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혹은 부식'

아직 이름조차 제대로 붙여지지 않은 그의 능력을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그가 그것을 사용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손을 뻗어 닿는 범위에서 약 20미터 범위의 물체들의 부식과 붕괴를 촉진시킬 수 있는 능력, 식물은 빠르게 시들고, 철강류는 녹슬어버린다. 아직까지 그는 식물을 제외한 다른 생물체에게 시도를 하지 않았다. 모든 것들을 부식시켜버리는 능력, 붕괴하고, 스러지게 하는 능력을 얻은 그를 상부는 예의주시했다. 이름조차 긴 단어로 표기된 능력의 대가는 그에게 감각의 이상을 느끼게 하며, 손 끝에서부터 타들어가는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 큰 대가를 가진 능력은 '인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만 했다. 그것이 유니온이 그에게 내린 조건이었다.

 

유니온은 그가 이성을 잃고 폭주를 하게 되는 순간을 두려워했다. 피아식별이 불가능한 폭주 상태에서 이루어질 능력의 사용은 모든 것들을 폐허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 대상에 자신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를 예의주시했다. 능력의 사용을 제한하였고, 능력의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해 가이드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다. 폭주의 위험이 보일 때마다 진정제가 꽂아졌다. 그러한 그들의 행동은 2년 전, 폭주의 위협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그가 석 달간의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기간에서부터, 그가 눈을 뜨고 말았을 때. 그들이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표방했던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었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에게 센티넬로서 응당 받아야 할 처사라는 명목으로 주기적인 가이딩을 받을 것을 명령함과 동시에 능력의 사용을 제한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따르면서도 그것을 이용했다.

 

그는 그들이 보이는 행동의 저의를 알고 있었다. 저들이 가진 두려움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메이기 전에야 그것에 따랐지만은, 지금의 그는 그것에 따르는 척 하며 이용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깨어난 것을 대가로 잃어버린 감각들 때문이었는지, 능력을 사용하는 척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졌고, 강한 자극이 아니고서야 느껴지는 감각이 무뎌지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이 현상에 대해 묻자 의료진들은 긴 기간의 혼수상태로 인한 여파라고 대답했다. 그는 가볍게 수긍했고. 긴 재활의 과정에서 조금씩 그것을 되찾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 년 정도가 흘러서야 리바운드의 여파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붕괴되고 부식된 것은 그의 감각들이었을까, 아니면 무엇이었을까. 그것조차 아니라면 그가 센티넬로서 살아온 길목마다 쌓여진 것들이었을까. 그는 그것에 의문을 표했고, 그저 관망하듯 그것을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그의 손에서 바스라지는 것들처럼, 툭 하고 건드리면 부서지는 것들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명명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것이 자신이 안고 가야 할 어떠한 것이라고 그는 정의했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에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이름이 된 것처럼. -무제- 라는 것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보이는 것으로 놔두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하기에, 부제도, 다른 주석도 없이, 그저 그대로의 가치를 내보이는 것으로 놓아두기로 했다.

 

그는 센티넬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고. 더하거나 덜어낼 필요도 없이, 그는 그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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