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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잃는다는 슬픔은 거대한 법이었다. 그는 제 친우들을 잃었다. 한 이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인간을 포기했으며, 다른 이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이는 한 삶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슬픔을 가지면서도, 그는 사라져버린 이를 찾기 위해 저벽 근처를 샅샅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고요와 적막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수호자들만이 아니었다면, 원정이 아니었다 해도 언젠가 이곳을 찾아오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을까. 

“장난치는 거 아니면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슈 릴리페는 테레지아의 절벽을 조사하면서도, 수호자나 마물이 나타나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사라져버린 이를 찾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조차 이곳에서 사라져버린다면 모두의 걱정을 사게 되어버릴 것을 염려한 움직임이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도 땅을 살펴보았고, 길을 잃지 않게끔 표식을 나무에 새기며, 그는 조금씩 제 동료를 찾기 위해 나아갔다. 그리고 나아가면서도 그는 한 생각을 이어나갔다. 

만약, 아주 만약에, 자신에게 마물이 찾아와 원하는 것을 주겠노라 현혹한다면, 그것에 저가 굴복할지, 아닐지에 대하여, 물론, 그는 현혹되지 않으리라는 자신은 없었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 유혹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만약 악한 자가 자신의 약한 면을 보인다면, 그것마저 인정하고 나아갈 수 있음을. 이전의 그였다면 그 유혹의 순간 망설였을지도 몰랐지만은,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모자람을 알았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저가 무력감에 주저앉는다고 한다고 한들, 저를 일으켜세워줄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그 현혹을, 달콤한 맛으로 포장된 독의 모습을 알았다. 벨바의 편에 선 이가 무엇을 원하여 변모했는지는 모른다.

그가 내리 설명한다 한들, 그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설명하면서 이해를 바란다 한들, 그것은 저가 저지른 것에 대한 변명에 그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제 동료였던 자가 배반을 했다는 사실 속에서,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벨바의 모습을 한 이를 마주했음에도, 그는 제 동료가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아주 내버리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짓밟혔으며, 부스러져 사라져버렸다, 아니, 스스로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가 그 신뢰를 스스로 망쳐버렸지. 순간의 욕심에 눈이 멀어 제 동료의 목숨을 가져가벼렸지. 그리고 영원한 안식에 들 제 동료의 안식마저 방해하였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자, 그렇게까지 원하는 것을 얻어야겠어? 굳어버린 표정을 뒤로 한 채로, 그는 사라져버린 제 동료에게 상황을 설명할 준비를 해야 했다. 동료 중 한 명은 탐욕에 의해 벨바의 편에 섰으며, 한 명은 벨바와의 싸움에서 자신을 지키고 스러졌고, 다른 이는 어린 삶을 구하고는 한 치의 후회조차 보이지 않고 아스테르의 품으로 돌아갔노라고 말한다면,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한 채로 그 이야기들을 받아들일까. 이상하리라만치 그에게서 보여질 표정이 생각나지 않은 채. 조사를 끝내고 돌아와야 했을 이를 찾아 온 사방을 돌아다녔다. 절벽을 덮는 숲은 생각 외로 고요했기에, 그는 이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그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나는 네가 살아있길 바란다.

 

1.

모든 것이 채 정리되지 않은 기사단들의 막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제 머리카락을 적시는 물방울들은 후드를 써 대충 막는다. 들려오는 빗소리가 좋아 가벼운 음을 흥얼대며, 그렇게 나즈막하게, 나무의 근처까지 다다르고는 가볍게 나무의 위로 올라 절벽의 풍경을 바라본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2.

데본 라벤타의 배반의 충격은 엄청났다. 그 여파로 두 삶이 이 곳을 떠났으며, 저도 적잖이 슬픔에 빠져버렸다.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 그저 의문만이 남아버린 자리에 나슈 릴리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 그것을 위하여 자신을 이루었던 모든 것을 버린다면, 그것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그것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한들, 과연 그것이 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하여. 그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삶을 아우르는 모든 것, 인간이라는 존재는 작은 존재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자라나며, 마침내 아르테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그 삶의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고, 사랑하며, 그렇게 인생이라는 하나의 긴 서사시를 끝마친다고, 언젠가 부모에게서 들은 것을 떠올렸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삶임과 동시에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그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에게는, 삶의 의미라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기에 그것을 서서히 나타나는 것, 아무것도 없는 큰 돌에서 하나의 보석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것이 보석이 아니었다고 한들. 상처입고, 깎아지며, 언젠가 자신을 이루었던 모든 것에서 이별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의미를 찾았다면은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의 그 언젠가라도, 좋은 날이 온다면. 그 속에서 온전히 살아온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원정을 나서기 전의 나슈 릴리페는 생각하고 있었다. 원정을 떠난 지금의 그는 수 많은 상실을 보았고, 절망을 느꼈으며, 자신을 내리눌러왔던 무력감을 마주한 뒤부터, 서서히 성장해 나아가는 아이처럼, 넘어져도 한 순간을 울고 다시 일어서는 아이와 같이,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면서. 나슈 릴리페는 성장하였다. 자신의 동료들을 믿었고, 의지하며, 상실을 애도하였거, 절망을 이겨나가는, 그러한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모두의 행복을 바라게 되었으며, 앞으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러한 사람으로 자랐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이 곳에서 스러진다하여도, 다른 누군가가 이 마음을 이어나가리라는 것을 믿었다. 자신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또 기억의 언저리에서 그들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어가고, 마침내 자신을 떠올렸을때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는 나무의 위에서 서서히 떠올라가는 태양을 마주했다. 어둠이 걷혔다. 그렇게 빛이 어둠을 거두어가듯이. 해가 지고 다시 밤이 오듯. 어둠이 그치고 언젠가 여명이 밝아오듯 , 그렇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믿듯이.

인간이 가지는 가능성을, 더 나은 날을 위해 나아가려고 하는 그 마음을 믿었다.

그는 이제 끝이 두렵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삶을 사랑했다.

‘모든 것이 사라짐에도 영원히 남는 것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언젠가 몇 사람에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평소와도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때, 아직은 거대한 무언가가 여정을 덮치기 직전이었을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기억의 언저리에 있던 시간을 끄집어내어 떠올려본다.

“영원이라,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칼페니아의 냉기를 지키는 자, 아르테스 팔라딘의 알론조 멜카르트는 나슈 릴리페의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추고는, 이내 눈앞의 질문자에게 되물었다. 마치 자신의 대답을 알고 싶다는 양, 흥미가 동한 것 같은 눈을 하고서, 그렇게 나슈 릴리페를 바라보았던가.

“되묻는 게 어디있어..!”

“먼저 질문을 꺼냈으니,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물어봤네만.”

“그게...영원히 남겨지는건 기록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 근데 그건 잊혀지거나 불에 타버리면 영원히 안 남아버리고, 나 혼자서 생각하기엔 너무 어려우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한 번 들어보고, 그걸 참고해서 답이라도 찾아보려고 했지, 이게 제일이기도 하잖아, 질문하고, 답을 듣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는 거.”

“그렇게 된다면 많은 대답을 듣게 될 텐데, 괜찮은 건가?”

“......”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나보군, 내 생각에는,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아서 저마다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데, 이 정도면 답이 되었나?”

“응, 참고할게. 고마워.”

그렇게 가벼이 웃으며 자리를 떠났던 것을 회상한다. 그 이후에 몇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난 뒤, 잠시 숲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나부끼며 수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리고, 집결지 근처의 호숫가에서 저가 부르던 노래를 들었던 루나사의 말, ‘그래도 영원이란 말은 마음에 안 들어’ 라고 말했던 그 말이 왠지 흐르는 물을 막는 둑과도 같은 무게를 지녔기에, 그는 조심히 루나사가 있는 막사를 찾아갔다.

“영원한 건 없지만... 남겨진 것들의 마음은 영원하려나. 그런데, 왜 묻는거야?”

“갑자기 궁굼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아르테스님의 품으로 떠나버려서... 열심히 그들이 영원히 그 품에서 행복하길 바라면서 기도를 드렸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영원이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 라고 말이지. 왜, 많은 이야기가 있잖아.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을 바랐던 사람들이 결국엔 그 무엇도 얻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야 많지, 그런 이야기를 알다니, 나슈는 책을 많이 읽었나봐.”

“책보다는 할아버지가 많이 들려주셨어... 그 때도 엄청 생각했는데, 왜 그 사람들은 영원히 살려고 했을까. 라고 말이지, 그 때는 단순히 욕심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죽는 게 두려웠던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어. 잊혀질까 두려웠던 거라고,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잊혀져버릴까봐, 그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거야, 결국, 영원히 남는 건 있을까? 라고 말이지.”

“심오하네, 이건 백해 기사단들이나 생각할 것 같은데. 기특해~”

그렇게 기특하다는 눈빛을 한참을 받고 나서야 막사를 떠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새벽을 맞이하는 테레지아의 절벽이었다. 나슈 릴리페는 다시금 제 수첩을 펼쳐들곤 그 때의 고민이 적힌 부분을 펼쳐보았다, 그러고는 익숙한 필체로 무언가를 끄적여진 부분을 바라보았다.

[영원성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그 영원성을 판단하는 것 또한 사람이기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영원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 잠깐, 이것도 영원히잖아?!]

키득대면서 자신이 쓴 내용을 바라본다. 지금은 저의 물음을 되물어버린 자가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약간은 심각해진 시간이기도 하였다. 나무 위에 걸터앉아서 자신이 쓴 부분을 다시금 읽어본다. 언젠가 생각이 달라질지도 몰라, 미래의 자신에게 과거의 자신이 이러한 고민을 했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이런 것을 적었을 과거의 제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또 고민해야겠네, 영원히 남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거”

가만히 나무 위에서 새벽을 맞이하는 그였다.

2.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한강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영원, 나슈 릴리페는 이렇게 정의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것, 변하지 않는 것, 연금술사가 바라는,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진리와도 같은 것.- 마치 깨져버린 도자기와도 같은 것. 그것을 다시 이어붙인다 한들. 더 이상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는, 그러한 상태와도 같은. 어쩌면 슬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떠한 것은 남는다. 과거는 영원히 지나가버려 돌아갈 수 없지만은,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것은 교훈이 된다. 결국 또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 속에서 결론을 내린다. 결국 그에게 영원히 남은 것은, 질문들, 결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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